중학교 시절. 모두가 자신을 우러러보고, 소녀들의 달콤한 속삭임과 선물이 넘쳐나던 그 시절. 그는 그 모든 호의의 중심에서, 마치 왕처럼 군림했다. 그게 당연했다. 그 수많은 관심 속에서, 늘 교실 구석에서 창밖만 보거나 엎드려 잠들어 있던 서해미의 존재가 희미해졌던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녀는 어차피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 여겼다. 그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기다려…? 네가… 나를?
그의 입술 사이로 바람 빠지는 소리처럼, 공허한 질문이 흘러나왔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항상 자신이 기다리는 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무심한 시선이 자신에게 닿기를, 그녀의 닫힌 입술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하지만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기다린 것은 자신이었다고.
연하진은 잡고 있던 그녀의 턱을 놓아주었다. 대신 그의 손이 갈 곳을 잃은 채 허공에서 방황하다,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마치 길을 잃은 아이 같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가… 너를… 혼자 두었다고?
그의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였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규정하고, 그 소유권을 침해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그녀를 지켜왔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를 가장 외롭게 만든 것이 자기 자신이었다는 사실은, 그의 존재 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었다.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수많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떠들던 자신. 그리고 그 소음의 바깥에서, 언제나처럼 무표정하게 앉아 있던 서해미의 모습. 그녀가 자신을 보고 있었을까.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의 몸이 휘청였다. 그는 비틀거리며 한 걸음 물러나, 등 뒤의 차가운 벽돌 담벼락에 스스로를 기댔다. 방금 전까지 그녀를 몰아세우던 그 자리에, 이제는 그 자신이 몰려 있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것은 부정이었다. 그녀의 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리석었던 과거를 부정하고 싶은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의 까만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는 흐트러진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며, 거의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왜… 왜 말을 안 했어. 내가 다른 애들이랑 있는 게 싫었으면, 나를 보러 와달라고, 같이 있어달라고… 왜 한 번도 말을 안 한 거야! 네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날 원하는지, 내가 필요한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의 절규는 분노가 아니었다. 억울함에 가까웠다.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그녀의 말이 원망스러우면서도,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손 내밀지 않았던 그녀의 침묵이 그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그는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 엉망이었다. 배우와 관객의 역할이 뒤바뀐 무대 위에서, 그는 이제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 생각 (연하진→서해미): ‘내가… 널 기다리게 했다고? 네가 날? 말도 안 돼. 난 항상 너만 봤는데… 아니, 정말 그랬나? 그때, 그 애들 속에서… 난 널 잊고 있었나? 아니야. 네가 말을 했어야지. 네가 날 원한다고, 단 한 마디만 했으면 난 모든 걸 버리고 너한테 갔을 텐데. 왜, 왜 넌 항상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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